묵상자료 7204호(2021. 2. 5. 금요일).
시편 시 130:1-4.
찬송 94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리 알을 석회와 소금, 재에 반죽해 싸서 항아리에 넣고 밀봉해 여러 달 발효시키면, 노른자는 검은 색으로 변하고 흰자는 젤리처럼 맑은 색으로 굳어집니다. 이걸 핏단이라고 하는데요. 시인이자 수필가인 김소운은 [핏단 문답]이란 수필에서, 나는 핏단을 대할 때마다 모자를 벗고 절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라고 했습니다. 김소운이 핏단이라는 요리를 존경하는 이유는 화생 때문이었죠. 화생이란 생물의 조직이나 기관이 질적으로 다른 분화를 하는 걸 말합니다. 이치상으로는 오리 알을 날 째 진흙으로 싸서 반년씩이나 내버려두면, 썩어버리거나 아니면 부화해서 오리새끼가 나와야 하거늘, 썩지도 않고 오리새끼도 되지 않고, 독특한 풍미를 지닌 핏단이 된다는 것. 이것이야 말로 놀라운 화생이 아닐 수 없다는 얘기였죠. 썩어야 할 것이 썩어버리지 않고 독특한 풍미를 풍긴다. 핏단을 예로 들어 김소운은 사람도 많은 수련의 시일을 보내야, 자기완성을 이루고 원만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 합니다. 특히 그가 강조한 부분은 썩지만 안는다는 게 아니라, 거기서 말 못할 풍미를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한 평생 글을 쓰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는 힘이 부족한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이왕 글이라도 쓰려면, 하다못해 핏단 급수는 되어야 하겠는데. 이렇게 말이지요.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월 19일 방송>
2. “예수의 영광스러운 변모(2-8절)”과 “엘리야와 요한(10-13절)”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둘째 단락입니다. 주님은 변모산 사건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금하셨습니다. 부활하시기까지는 말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에 대해서 어리둥절해서 제자들끼리 서로 물어보다가, 이번에는 율법학자들의 말을 주님께 물었다는 얘기가 뒤따릅니다. 율법학자들은 메시야가 오기 전에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를 알고 싶다고 한 것입니다. 메시야와 엘리야는 메시야 대망 사상을 가진 유대인들에게 있어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공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연구하는 율법사들이나 신앙심이 대단하다고 소문난 바리새파 사람들은 메시야 보다는 그를 선행(先行)할 엘리야를 더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엘리야의 외관에서부터 그의 내면적 요소까지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었을 것입니다. 엘리야는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서 전무후무할 정도로 추상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예언자로 우상 숭배자 아합과 이세벨에 대항하여 저주를 퍼붓는 것은 물론 그가 후원하는 거짓 예언자들 850명과의 기도대결에서 승리한 기개가 넘치는 성품의 사람이었고, 마침내 살아서 승천한 세 사람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과연 메시야에 앞서서 엘리야가 와야 하는데, 역사적 엘리야의 모습을 찾지 못한 유대 지도자들은 예수의 메시야 성을 인정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터질 때마다 메시야와 엘리야를 소환(召喚)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급기야 제자들은 이 문제를 주님께 가지고 온 것입니다. 그때 주님은 그 엘리야가 벌써 왔었지만, 그를 엘리야로 대접하지 않고 제 멋대로 취급했었다고 대답하신 것입니다. 제2의 엘리야는 세례자 요한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결국 유대 종교의 지도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도 제2의 엘리야로써 세례자 요한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엘리야와 세례자 요한을 비교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갈멜산 산정에 세워진 엘리야 석상을 보면서 세례자 요한의 풍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나라의 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두 사람은 닮은꼴이었습니다. 왕후 이세벨과 시숙인 헤롯 안디바에게 재혼한 헤로디아의 간교함도 닮은꼴이었고, 엘리야가 기손 강에서 죄악의 피를 씻은 것처럼 세례자 요한은 요단강에서 죄를 씻는 역사를 써내려갔던 것이 닮은꼴이었습니다. 문제는 역사를 직관할 수 없는 때문에, 과거는 윤색을 하고, 현재는 너무 가까워 눈멀게 된다는 게 되풀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는 명료하게 이해가 되지만, 현재는 등하불명이어 난감하다는 사실입니다.
3. 금혼 기념일이 아내의 병원 검진일이어서 채혈을 하느라 브런치로 아내가 원하는 해물탕을 먹었습니다. 독일의 나기호목사님 등 궁금한 분들께 답글로 올립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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