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190(2023. 10. 19. 목요일).

시편 시 25:7-9.

찬송 53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마음도 우물이나 그릇처럼 형태가 있다면, 이 계절의 마음의 모양은 깊이가 얕은 모양새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짧다고 하지 못할 시간을 살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어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날씨만으로도 이 계절은 늘 사람의 마음을 흔들곤 하지요. 뿌리가 약했던 때문인지 마음은 들풀처럼 번번이 크게 흔들리고 맙니다. 스스로의 마음만 편하지 못하게 될 것을 매년 알면서도 말입니다.

    “두 손을 비비며 코트 깃을 여미어도, 시리고 아픈 가슴은 가슴이 아니라오. 언제나 별을 보며 추억에 젖어 있어 멍울진 이슬을 밟으며 새벽길을 걷는다오. 이제는 어두운 굴레에서 벗어나 나지기 불러보는 한줄기 빛이여, 아름다운 여운을 남기기 위하여 냉가슴 도려내며 견디는 세월, 두 손을 비비며 코트 깃을 여미어도, 시리고 아픈 가슴은 가슴이 아니라오.”

    그렇게 여러 번의 가을을 번번이 겪어내면서도, 우리 마음은 늘 한결같지 만은 않습니다. “늙지 않는 것은 마음뿐인가 하노라.”며 탄식했다는 누군가의 심경을,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세월의 힘은 무시할 수가 없지요. 좋고 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그 어떤 것이 라더라도 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 말입니다. 이 가을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는, 누군가의 말이 괜스레 다시 되뇌어 지네요. 하오기 시 임긍수 곡 <밤길을 걸으며>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1017일 방송>

 

2. “앗시리아의 왕 산 헤립의 침공 2(28-37)”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가끔 캄캄한 시련을 만날 때면 묻곤 합니다. “하나님은 과연 살아 계시는 걸까?” 하고 말입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이 자기 백성들의 고난과 아픔을 모른 척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학 1학년 때 시골 아우가 학비에 보태라며 곶감을 20접 보내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니 남대문 시장에서는 농산물을 위탁 판매해 주는 곳이 있다 했습니다. 그래서 물건을 들고 찾아가 맡겼습니다. 모든 조건은 판매상에게 있었습니다. 팔아야 할 값과 시기 등 전권을 위임한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공중전화도 귀하던 때라 직접 남대문 시장을 방문해서 제 곶감이 팔렸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몇 번은 구석에 방치돼 있었는데, 어느 날은 보이지를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팔렸느냐고 물으니까 외상에 팔았다면서 며칠 더 기다리라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발품도 안 될 정도의 헐값으로 몇 푼 건질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좌판을 벌이는 게 나았을 것 같았습니다. 그 힘든 시간을 버티고 오늘에 이른 데에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총이고, 그리고 어머님을 비롯한 가족들의 기도 성원이었습니다. 우리들 삶에는 이런 캄캄한 시련의 시간들이 더러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아픔과 초라함의 시간들이었지만, 저는 그런 시간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어떤 시련과 고통이 찾아온다 해도 절대로 낙심할 일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산 헤립이 보낸 총사령관 내시장관 시종장관은 거드름을 피우는 군사들을 데리고 예루살렘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유다의 대표들 앞에서 유다 말로 외쳤습니다. 그러자 유다의 대표들은 유다 말이 아니라 아람어로 말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백성들이 알아들으며 절망하고 슬퍼할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더 큰 소리로 유다말로 소리치는 것입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나의 상전 산 헤립은 너희 대표들에게만 전하라고 한 말이 아니라, 온 유다 백성들이 들으라고 보내신 것이라면서, 유다 왕 히스기야가 하는 말을 믿지 말라. 너희를 속이고 있다고 말입니다. 히스기야도 히스기야가 주장하는 야훼 너희 하나님도 우리 왕을 이길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온갖 감언이설로 떠들어댑니다. 그 대표적인 말이, 우리에게 항복하고 우리말을 잘 들으면 너희가 재배한 밭에서 나는 포도와 무화과를 먹고, 자기 우물에서 물을 마실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때가 되면 곡식과 새 포도주 그리고 올리브기름과 꿀이 나는 땅에서 정착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니 죽음 대신 생명을 택하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백성들은 묵묵부답입니다. 히스기야 왕이 그리하라고 명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백성들 중에서는 술렁거리는 동요가 일어날 법 한데 말입니다. 산 헤립의 장관들이 했던 말 중에는 세상의 어떤 신()도 앗시리아의 왕을 이긴 신이 없었다고 말입니다. 오만방자한 위인들입니다. 그러나 유다 백성들은 일말의 미동도 보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 것입니다. 이런 침묵은 하나님만 의지한다는 표현이었습니다. 시련의 날에 필요한 것은 하나님을 향한 침묵이었습니다. 엘리야가 그랬고, 바울이 그랬습니다.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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