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593(2024. 11. 25. 월요일).

시편 94:5-7.

찬송 52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파란 만장한 정치인으로 살았습니다. 당시의 법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사람이 부통령이 되었는데, 그는 2대 대통령 선거에서 존 애덤스에게 패해 부통령이 되었으나, 줄곧 반대만을 했었고, 3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경쟁자였던 에런 버가 부통령이 되어 사사건건 반대하였다고 합니다. 그가 남긴 명언으로 화가 나면 열까지 세고 말하라. 매우 화가 나면 백까지 세어라.”는 말이 있는데, 안중근열사가 붓으로 쓴 백인당중 유태화와 흡사한 명언입니다. 쉬운 인생 고개를 넘어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2. “짐을 서로 지라(1-10)”을 읽었습니다. 교회력 마지막 주간인 왕이신 그리스도의 주간에는 성경 본문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세상의 왕이신 그리스도는 성경에서도 탕평본문을 필요로 하신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무튼 갈 6:1-10의 본문에서 우리는 서로 짐을 지라는 권고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스도가 왕이신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의 덕목이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말씀입니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에게 그 덕목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들은 하나님의 심판 후에 맞을 완전한 하나님의 통치를 맞보기 전에는 부득불 불완전한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여전히 온갖 죄악의 소굴에서 살 수 밖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와 더불어 살던 많은 이웃들, 그 중에는 매우 거룩한 사람들로 알려진 그런 분들이 사실은 범민/凡民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부끄러운 모습들이 들춰지는 것을 볼 때, 낙심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그들을 충고하고 타산지석/他山之石처럼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으라 말씀합니다. 그런 다음에 서로 짐을 나누어지라는 권고를 합니다. 어찌 보면 우리들 인생살이가 힘겨운 것은 자신이 짊어진 짐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그런 생각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밖을 향해서 원망의 화살을 쏘아댔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와 부모에게 그리고 이웃에게 말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짐을 마주 대하면서 많은 생각의 변화가 온 것입니다. 1년에 한 두 차례는 제가 출석하는 교회(2)의 목회자들과 수고하는 제직들을 초대해서 하루를 쉬도록 하곤 하는데, 그럴 때 개인적인 이런저런 고충들을 듣곤 합니다. 속을 썩이는 자녀들이며, 일가 친척에 관해서, 그리고 때로는 경제적인 어려움들까지 말입니다.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힘들지 않은 인생은 하나도 없다는 가르침 말입니다. 허물없다 생각하는 동문수학하던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의 짐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해의 폭을 넓힐 수가 있습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는 동안에 아내를 잃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멀쩡하게 병원에 들어섰는데, 임종도 지켜보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만나게 되었을 때는 자신이 가졌던 단단하다고 생각했던 신앙마저 사라져 버리더라고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사위도 세상을 떠나서 슬퍼할 겨를도 없이 불쌍한 딸과 손주들을 자주 찾아보기로 작정했다 합니다. 그러니 누가 이런 이웃들 앞에서 허튼 자랑을 할 수 있으며, 삶의 무게를 운운할 수 있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래서 사도는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나누라고 하십니다. 어쩌면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제게는 오래된 제자 한 분이 40년이 넘게 명절을 챙겨주고 있는데, 시각 장애인입니다. 완전 실명자로 대학을 다닐 때, 자원봉사자를 양성해서 도왔던 것을 잊을 수 없다며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도서관장도 하고 실명자들을 위한 봉사단체의 장도 맡기도 했는데, 제게는 많은 깨우침을 주는 스승이기도 합니다. 캄캄한 세상을 살고 있는 자신보다, 환한 세상을 살아가는 저를 더 걱정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 사도가 강조하는 말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는 말씀처럼 세상 끝날 때까지 사랑과 감사의 끈을 이어가겠다 다짐합니다. 그렇습니다. 무엇으로 심든지,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이 정상입니다. 은혜를 감사로 갚을 수도 있고,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도 있습니다. 육체를 위해서 심는자는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해서 심는자는 영생을 거둘 것입니다. 가을 햇살이 주님의 사랑처럼 따뜻하게 내려쬐고 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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