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5040호 (2015. 3. 5. 목요일).
시편 시 104:19-23.
찬송 44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가 말했다. “캄캄한 밤에 두려움을 느끼면, 덤불도 곰으로 보이지 않아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나 미치광이들은 머릿속이 복잡하고 뒤숭숭해서 그런지, 냉정한 이성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들을 상상해 내곤 하지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에서, 테세우스가 한 말입니다. 그가 보기엔 사랑에 빠진 사람이나 미치광이나, 정신 나간 사람들이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또 여기에 하나의 부류가 추가 되는데요. 바로 시인들입니다. 테세우스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나 시인들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이렇게 말하지요. “정신 나간 사람들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인데, 이들은 새까만 집시의 얼굴에서 트로이의 헬레네의 아름다움을 고안해 내지요. 시적 황홀경에 빠진 시인은 하늘에서는 땅을 굽어보고, 땅에서는 하늘을 우러러 보면서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지요. 그가 왜 사랑에 빠진 사람 미치광이 그리고 시인을 정신 나간 사람으로 한 데 묶어 분류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때 그들이 보는 건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는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을 연상시키는데요. 똑 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누구는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고 하고, 누구는 동물의 형상이 보인다고도 하고, 또 누구는 커다란 나무가 보인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데는 근거가 있습니다. 보는 사람의 태도와 상상력이 찾는 게 보이는 거니까요. 마찬가지로 불안이나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 또한 그렇습니다. 만약에 지금 내가 불안이나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 때문에 잠 못 자고 소화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사로잡힌 이 감정이 사실은 탁월한 상상력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테세우스는 사랑에 빠진 사람, 미치광이, 시인을 정신 나간 사람으로 분류하는 근거를 일장 연설한 끝에, 이 말로 마무리 합니다. “탁월한 상상력은 요술과 같은 거랍니다.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기쁨을 안겨줄 실체를 상상해 내니까요. 캄캄한 밤에 두려움을 느끼면, 덤불도 곰으로 보이지 않아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5년 2월 24일 방송>
2.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요지경 같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나라인데도 어느 곳에서는 사형이라는 형벌이 집행되는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가하면 어느 나라에서는 그들의 헌법에서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가 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절대로 인정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어느 곳에서는 벌거벗은 채 해수욕을 즐기는 곳이 있는데, 법으로 허용되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살아가는 그런 마을도 있습니다. 소위 미풍양속이라는 법이 없는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경우 법이 다르기 때문에, 아니면 해당되는 규제가 없기 때문에 딴 세상처럼 살아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법이란 우리 인간의 삶을 지도하기에는 불완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법이 있든 없든, 규제를 받든 받지 않던,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
오늘 본문은 유대인들을 향한 내용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모든 고등한 법을 가진 나라나 그 백성들에게 해당되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비록 좋은 법을 가지고 있다할지라도 그 법의 정신을 따라서 지키지 않는다면, 그 법이 올무가 되어서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더군다나 이 법을 가르칠 뿐 아니라, 강조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다는 말입니다. 사도는 이런 사람들에게 양심이라는 인간의 숨길 수 없는 마음의 법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엄한 법이긴 하더라도, 남존여비라는 사상에 대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한 남자가 여러 명의 여인들을 아내로 맞는다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느끼게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법이라는 힘을 빌어서 여인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던지, 약자들을 괴롭히는 삶을 살아간다면, 하나님께서 용서치 않으실 것이라고 말입니다. 요즘 우리는 양심이나 상식과는 너무 다른 법적용을 보면서, 하나님의 심판으로 위안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3. 오늘 할 일은 대청소와 여러분에게 나눠드릴 책의 리스트를 만드는 일입니다. 두 달 후면 미국 세인트루이스 Concordia Seminary에서 신약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묵상식구이며 저의 제자인 김효종 목사님께 ICC(42권)와 The interpreter’s Bible(12권)을 선물로 드리려고 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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