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노래는 귀에 익숙한 <부베의 연인> 주제곡이었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2차대전 말기의 전쟁 속에서 피어난 사랑이야기이다. 

   살인죄로 1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약혼녀 부베를 찾아가는 마라(Mara: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분)의 회상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마라는 이곳 저곳 옮겨 다녀야만 하는 부베(Bebo: 죠지 차키리스 분)와의 면회를 자그만치 14년째 계속하고 있으며 오직 그가 석방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라가 부베를 처음 만난 것은 북부 이탈리아의 산중에 있는 가난한 빈촌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4년 7월 한여름 마라의 집에 부베라는 청년이 찾아오게 되면서이다. 부베는 레지스탕스(파르티잔)로 나치에게 처형된 오빠 산태의 동지로 산태의 전사를 전하러 왔던 것이다. 이들은 처음 본 순간 서로 이끌렸고 하룻밤을 마라의 집에서 묵은 부베는 전쟁에서 기념으로 가지고 온 낙하산 천으로 옷이나 만들어 입으라는 말을 남긴 뒤 떠난다. 
   그 후부터 부베의 편지가 끊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후 겨울, 다시 찾아온 부베는 마라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마라의 아버지(Mara's Father: 에밀리오 에스포지토 분)에게 약혼 승락을 받는다. 그리고 얼마 후 부베가 다시 찾아왔을 때 부베는 친구가 경찰에 사살되어 그 보복으로 경찰을 죽이고 그의 어린 아들까지 죽이는 범죄자가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을 알게 된다. 자유분방한 사고를 하는 이탈리아 젊은이로써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랑의 감정으로 고뇌에 빠지는 마라는 한 시인이자 지방 신문업자 스테파노와 사귀는데, 처음부터 자신은 약혼자가 있다는 것과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기다림과 불안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도 남는 것임을 절절히 체험한다. 그래서 마침내 결혼까지 생각하고 밀회를 즐기는데, 부베가 지원을 받은 파르티잔은 연합국인 공산당의 후원을 받는데, 그들의 배신으로 재판을 받게 될 때, 새 공화국 재판장은 부베에게 14년 징역형을 선고한다. 그로부터 매 2주일마다 면회를 가는 마라. 스테파노의 끈질긴 구애에도 부베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거절한다. 영화 속에서는 부베의 연인(La Ragazza Di Dube)가 자주 들려온다. 

   젊을 때 유행가 가수 배호가 번안해서 부른 가락이 귀에 익어서인지 매우 친근하게 다가왔으며, 다시금 거짓말을 잘하는 그래서 생사를 같이 했던 동지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공산당이 참 미워진 영화였다. 비가 오는 날에 감상한 영화여선지 영화도 노래도 함께 잘 어울리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2019. 9. 12. 추석 연휴 첫날. 실버 극장에서.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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