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가끔 꿈을 꾸곤 하는데 전혀 엉뚱한 내용이어서 깜짝 놀라곤 한다.
어제는 우리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스페인의 과자 <보닐라 아라 비스타>가 대박을 터트렸다며 요란을 떨어서
알아보니 감자 튀김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정말 오랫만에 맥도널드에 가서 프렌치 프라이를 먹겠다고 나섰다.
모처럼 실버극장에서는 중국 영화와 미국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그 중 미국 영화가 <The Apartment>(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라는 1960년 작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도중에 나와도 되겠다 싶어서 들어섰는데, 그게 아니었다.
보험회사 회계과에서 만년 말단 사원으로 일하는 백스터는 출세를 약속하는 상사들 4명을 상대로 자신의 아파트를 빌려주게 된다. 그들이 밀회를 즐기는 장소로 사용하는데, 일정을 조율하는 일이 쉽지만 않지만, 밀고 당기며 그런대로 잘 운영하고 있었다. 그들은 인사부장에게 일을 잘하는 사원으로 추천을 해서 진급에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수시로 한다. 그렇게 해서 그들과 약속한 시간까지 회사에 남아서 할 일없이 빈둥거리거나, 시간을 맞춰 아파트에 도착해도 불이 켜 있을 때는 밖에서 추위와 싸우며 시간을 죽이고 있어야 한다.
그런에 이런 사정을 알리 없는 옆방의 의사 크루센 내외는 요란스러운 소리에 불쾌감을 종종 표현하지만, 집 주인 백스터는 마치 자신이 잘못을 한양 사과를 한다. 그러던 어느날 의사 크루센은 제안을 한다. 당신의 넘치는 정력은 연구 대상이 될 것 같으니 나중에 죽게 되면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해 달라고 한다.
어느 날 인사부장 맥머레이가 백스터를 부른다. 자신도 아파트 열쇠를 빌려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5명의 상사들의 밀회를 위해서 자신의 아파트를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백스터는 아주 오래 전에 어느 여성과 사귄적이 있는데, 고무신을 바꿔 신는 바람에 독신으로 살고 있었고,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옛 여친으로부터 선물을 받곤한다. 백스터가 일하는 회사에는 엘리베이터 걸로 일하는 프렌 쿠벨릭이란 여성이 있는데, 몇 차례 백스터가 데이트를 제안했지만, 거절을 당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성사되지 못한다. 백스터는 인사부장의 파격적인 기용으로 한 단계 높은 지위로 그리고 인사부장이 고객이 된 후에는 임원으로 승진, 인사부장의 보좌관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인사 부장 맥머레이가 갑작스럽게 아파트를 쓰겠다고 제안한다. 그래서 우여곡절을 거치며 일정을 조정해서 편의를 봐준다. 그런데 그날은 프렌과 영화를 보려고 어렵게 약속한 날이었다. 프렌은 잠깐 밀회를 나누고 백스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둘 사이의 밀회가 끝난 후 헤어지는 때 둘 사이에 똑 같은 말다툼이 있게 된다. 이혼하고 함께 살겠다는 인사부장의 판에 박은 거짓말이었다. 그런줄도 모르고 극장 앞에서 영화가 시작된지 오래도록 기다리던 백스터는 영화관 주위를 서성이는 한 여자에게 다가서가 그 여자 역시 남편에 대해 불만이 많은 여자인 것을 알고 집으로 데리고 온다. 인사부장의 데이트가 벌써 끝난 시간이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늙은 여자와 집으로 들어서는데, 자신의 침대에 프렘이 누워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 옆에는 수면제 병이 놓여 있었다. 자신이 먹다가 남겨둔 12알이 다 없어진 것을 알았다. 흔들어도 깨어나질 않자 옆 집의 의사 크루센을 부른다. 의사는 이런 날이 올줄 알았다며 제발 사람답게 살라고 잔소리를 한다. 위 세척을 하고 주사를 놓고 안정할 때까지 24시간 편히 쉬게 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다.
그렇게 하던 중 크리스마스가 된다. 아직 정신이 들지 않은 프렌을 앞에두고 백스터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게 됐다며 좋아한다. 백스터는 최선을 다해서 프렌을 간호해서 깨어난다. 그러나 프렌은 왜 자신을 죽게 놔 두지 않았느냐며 원망한다. 자신은 인사부장을 좋아했지만, 이혼하겠다는 거짓말로 일관해 온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소망을 잃은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험상궂은 택시 운전사가 백스터의 집으로 들어선다. 인사부장의 비서인 올슨 역시 과거에 인사부장의 연인이었는데, 수도 없이 많은 여비서들을 농락한 것을 잘 알고 있는터에, 인사부장에게서 새해부터는 그만두라는 말을 듣고 인사부장 부인에게 그동안의 모든 비행을 알린 것이다. 그 결과 남편의 연인인 엘리베이터 걸 프렌의 집으로 연락을 하고, 마침내 프렌의 제부인 택시 운전수가 백스터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의사가 백스터에 대한 오해들이 풀리고 이해하게 된다. 마침내 백스터는 자신의 삶을 정리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인사부장을 찾아가서 더 이상 아파트를 빌려주지 않겠다고 말하며 스스로 퇴직을 선언하고 회사를 떠나온다. 그리고 프렌 역시 참된 사랑을 해야할 상대가 백스터인 것을 깨닫게 되고, 그들이 치료과정에서 하다 만 트럼프 놀이를 계속하며 영화는 해피 앤딩한다.
이 영화는 평범한 샐러리 맨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상사의 불륜을 도와주는 대가로 승진을 보장받는다는, 그래서 정작 자신의 집을 안식처로 누리지도 못하는 또다른 아픔이 있다. 결국 동변상련이라고 했나? 백스터와 프렌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끼리 새 희망을 꿈꾸어보려는 용기에 박수를 보냈던 모양이다.
이 영화는 1961년 아카데미 3관왕을 수상했다고 한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다른 2가지를 보태서 5관왕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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