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5336(2015. 12. 26. 토요일).

시편 시 33:20-22.

찬송 24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해적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갑자기 함께 있게 된 아이들에게 자신들도 그들의 개구쟁이 친구라도 된 듯, 잘 놀아주며 지냈지요. 하지만 시간의 힘이 어디 가겠는지요. 그런 속에서도 다섯 아이들의 내면은 어느덧 저마다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열 살의 에밀리도 어느 날 문득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어쩌면 그 보다 훨씬 더 큰 인간이라는 생명체, 그 근원자체에 대해 혼자 문득 이렇게 궁금해 합니다. 나는 세상의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었을 텐데, 그 모든 사람들 중에서 특히 이 에밀리, 시간적으로 그 모든 해 중에서 특히 아무 아무 해에 태어나서 이 특정한 에밀리가 된 것일까? 이것은 과연 어떤 섭리의 작용이었을까?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신이 선택한 것일까? 사실 열 살의 소녀가 생각해 보기엔 너무 심오한 의문이겠지요. 그건 철학에서도 계속 힘들게 다루는 주제고, 아직도 여전히 확실한 답이 없는 주제니까요. 누군가는 해석합니다. 에밀리의 생각 속에서는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거나 얻는 일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에밀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 나는 하필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됐을까가 아니라, 왜 나는 특히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됐을까 라고 한 말,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하필이 아니라, 특히 라고 한 말을 더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고 해석합니다. 에밀리의 무심한 듯이 택한 한 단어에서야 말로, 누구든 자기 자신을 특별한 이유나 의미에서,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가 된 것이라는 일깨움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거나 결혼을 해도, 이 사람이 대체 어디서 나타나서 나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거나, 결혼을 해서 가족이 됐을까? 그 인연이 신기하고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도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이 사람 이었을까가 아니라,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서 특히 이 사람이었다니. 이렇게 놀랍고 행복한 뉘앙스여야 할 텐데요. 바로 요즘이야말로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인 것과, 나의 인연이 지금의 그 사람인 것의 깊은 의미가, 더더욱 신기하고 행복하시길 바래봅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51216일 방송>b.

 

2. 오늘은 스데반집사의 순교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다행히 읽은 본문이 스데반의 순교 장면과 그 결과를 살피는 내용이어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듯 교회력은 성경에 기록된 말씀들에 대해서, 우리로 보다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을 반추하게 하며, 묵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유익이 배가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막연하게 아무 성경 구절이나 읽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경 역사 속에 들어 있는 구체적인 사건들을 살피면서 우리들 삶에 연결고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뜻입니다. 스데반 집사의 삶은 매우 극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헬라파 기독교인들을 섬기는 지도자로 뽑힌 일곱 집사의 하나였으며, 그의 가슴에는 이방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데도 성경의 역사를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시 모든 기독교인들처럼 아브라함을 혈통적 조상이 아니라, 믿음의 조상으로 확신하면서 신앙의 계보를 정통하고 있는 인물로 지적인 지도자였음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성경 역사에 터를 둔 명쾌한 설교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7:2-54).


스데반의 설교에 대한 유대 지도자들의 반응은 증오로 들끓었던 게 분명합니다. 이를 갈며 귀를 막고 스데반에게 달려들어 성 밖으로 끌어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사울이 증인이 되어 그를 돌로 쳐 죽이는 즉결 종교재판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무자비한 처형입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이런 비극이 자행되다니 말입니다. 스데반의 순교는 자연스럽게 기독교에 대한 박해로 이어졌고, 그것은 기독교회가 뿔뿔이 흩어져 복음이 온 세상으로 퍼지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오늘은 세계 선교의 신호탄이 된 스데반의 순교를 기억하는 날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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