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5339호(2015. 12. 29. 화요일).
시편 시 34:9-13.
찬송 284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여행자들을 위한 일본의 전통적인 숙소인 류칸은 주로 유명한 온천마을에 많습니다. 일본의 3대 온천지역으로 유명한 뱃부며 굿사스 그리고 유후인 들이야 말로 류칸이 많기도 하고 유명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사실 문학 독자들에게는 그 3대 온천지역의 류칸들보다 더 유명한 류칸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니가타 현의 에치고 유자와 마을에 있는 다카한 류칸입니다. “그 류칸이야말로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예 졌다.” 라는 첫 구절부터 너무나 유명한 소설 [설국]의 류칸이기 때문입니다. 설국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일본에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안겨 준 소설이지요. 수많은 나라에서 번역 출판됐고,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소설입니다. 특히 첫 구절에 이미 등장하고 소설 곳곳에 묘사되는, 터널 저쪽의 마을과 그 마을을 찾은 주인공이 머무는 류칸의 모습들은, 소설을 읽는 내내 눈앞에 보는 듯 생생하면서도, 환상 속에서나 등장하는 마을처럼 아련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소설 속 마을과 류칸은 그 때나 지금이나, 그 자리에 실제로 그대로 존재합니다. 더욱이 그곳들은 소설의 배경일 뿐만 아니라,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그 소설을 쓰면서 실제로 머물렀던 마을이고 류칸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겨울이면 그 마을 니가타 현의 에치고 유자와 마을과 그곳의 다카한 류칸을 찾아보는 문학기행이 자주 이루어지지요. 소설 [설국]의 무대와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집필실을 이중으로 돌아보는, 겨울 내내 눈이 내리고 쌓이다 시피 하는 눈과 노천 온천을 함께 즐기는 겨울 여행지. 그곳이 한 겨울을 앞두고 자꾸 자꾸 마음속을 맴돕니다.<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5년 12월 11일 방송>b.
2. <가나의 혼인잔치> 일화를 읽었습니다. 이 실화는 예수님께서 행한 첫 표적(이적)이라고 성경은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주님께서 첫 표적으로 포도주를 만드셨을까? 제가 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본질과는 상관없는 지엽적인 관심입니다. 제가 설교학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이 본문의 주제를 찾아보라고 물었고, 가장 많은 대답은 “필요를 채워주시는 주님”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우리들 삶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문제들 중의 하나가 난처한 상황들도 포함됩니다. 잔치 집의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초대받은 손님들이 한참 즐겁게 흥이 달아오르는 바로 그 때, 포도주가 바닥이 나 버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혼주로써는 이 보다 더 난처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2천 년 전의 유다라는 나라에서는 이런 갑작스런 사태에 해결할 방법이 전무했을 것입니다. 가장 행복해 할 신랑과 신부마저 수심의 구름이 내려 앉았을 것입니다.
이런 낭패가 우리들 삶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뜻밖의 암 선고라든지, 부도를 막지 못하게 되었다든지, 해고 통지서가 날아들었다든지 등등 말입니다. 쉽게 해결할 아무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본문에서처럼,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요술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을까요? 갑자기 바이런이란 영국의 시인이 생각납니다. 그가 캠브릿지 대학생 시절 받아든 종교학 시험 문제가 바로 “물로 포도주를 만든 이 사건의 의미를 기술하라.” 였다고 합니다. 2시간 동안 써야 하는데, 창가에 앉아 있던 바이런은 답안지 제출 5분 전에야 한 줄을 쓰더랍니다. 그 내용은 “물이 그 주인을 만나자 얼굴이 붉어졌도다.” 였습니다. 평가는 A+. 그렇습니다. 우리들 삶에도 주인을 만나게 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니라면, 내 삶의 주인을 모셔 들이면 될 일이 아닙니까? 해결이 되던 되지 않던지 말입니다. 그 다음 일은 내 문제가 아니라, 주님의 문제가 되도록 하면 될 일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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