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인사가 늦었습니다.
이런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남자 총무님에게서 SOS를 받았을 때는 개인적인 일이니까 두 분에게 맡기는게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총무님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인데,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 말씀했습니다.
총무님의 생각이 옳다 판단하고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먼저 사과의 말씀부터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분께 아무런 도움을 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사는 일이 바빠서 곁눈질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은 두 분께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두 분은 행복한 삶을 기대하고 우리 마을을 찾아오셨을 것입니다.
우선 작은 마을이고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전원생활이 되리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터를 잡았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세상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섞여서 살아가야 하는 때문입니다.
그것을 성격 차이로만 생각하면 답이 없다고 포기할 수 밖에 없을지 모릅니다.
저도 많은 고민을 하다가 2016년 제가 총무직을 맡았을 때 <마을통신>이란 소식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후임 총무께 계속 이어가기를 부탁드렸습니다.
결과적으로 후임 총무님은 카톡방을 통해서 소식을 알리겠다고 하셔서 아쉬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마을 주민들 중에는 여러분들이 촌장통신이란 이름으로 소식을 알려달라는 부탁도 받았지만,
후임 총무님께 누를 끼칠까봐서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생긴 문제의 원인을 저는 마을통신이 없어서 생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분쟁의 원인이 불신에서 시작했고, 그것은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데서 왔다고 생각하는 때문입니다.
문서로 배달되는 마을통신에서는 쓰레기 당번 순서가 매달 공지되고 있어서
이의가 생기면 쉽게 수정되어서 오해의 깊은 골이 생길 겨를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단 한번도 당번일로 다투거나 이번처럼 몸싸움이란 생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비록 때는 늦었지만 고소까지 이른 이번 사태를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에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지금 두 분은 마을을 떠나가시려고 오래 전에 집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씁쓸한 기억을 안고 떠나가시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점이 저의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평생 마음에 후회스러운 기억을 안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말입니다.
마을 일에 관심을 갖다 보니까 인간 관계가 얼마나 힘든 문제가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이웃을 폭넓게 바라보고 생각하기가 힘든 것입니다.
서로 자신만 힘들다고 자신을 몰라준다고 억울해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양쪽의 말을 듣다 보면 다 그 나름대로 이해도 되고 수긍도 됩니다.
물론 옳고 그름을 따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 냉정하게 판단하기엔 너무 복잡해 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욕을 먹더라도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안아주려고 합니다.
이쪽 선생님도 이해되고, 저쪽 선생님도 이해된다고 말입니다.
그럼 해답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해결이 되지 않을 것 아니냐고 하시겠습니까?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가 생각납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우리 형제자매들을 세워두고 고구마를 나눠주셨습니다.
형님은 고구마 큰 것 두 개를, 누님은 큰 것 하나와 작은 것 하나를, 저는 작은 것 두 개를.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형님이 나간 후에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왜 형님은 큰 것을 두개나 주시고, 저는 작은 것 두 개만 주십니까?
저도 큰 것을 먹을 수 있는데요.
그 때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영어도 공부하지 않고, 수학도 배우지 않으니까 작은 것 두 개로 충분하다.
그러나 네 형은 공부하느라 힘을 많이 써야 하니까 큰 것 두개가 필요하단다.
그 뒤로는 어머니의 고구마 분배 방식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어머니의 현명한 판단에 수긍이 갔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는 저의 어머니의 지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C 선생님은 인생을 오래 사셨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더 잘 이해하신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U선생님은 아직은 인생 경험이 부족하십니다.
그럼 두 분 중에서 누가 마음이 깊고 높다 하겠습니까?
누가 마음이 넓어야 하겠습니까?
제가 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편한 잠 자리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꿈도 꾸시기 바랍니다.
평화 !
촌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