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680(2025. 2. 20. 목요일).

시편 106:38-40.

찬송 16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로버트 브라우닝/ Robert Browning (1812-1889)은 피파의 노래로 세계적인 시인이 되었습니다. “일 년 중에서도 봄/ 하루 중에서도 아침/ 아침 중에서도 일곱 시/ 언덕엔 이슬방울 진주처럼 맺히고/ 종달새는 높이 날고/ 달팽이는 가시나무 위에 있고/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니/ 세상은 만사태평이구나!” 봄날의 희망을, 또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낙천적으로 노래한 것으로 가장 유명한 노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독자는 브라우닝을 이 시의 화자인 피파와 동일시해서 시인이 세상을 너무나 단순하고 순진하고 낙천적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게만 읽는다면 이 시가 지닌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미를 놓치게 됩니다. 이 노래는 <피파 지나가다>(Pipa Passes)라는 브라우닝의 극시 중의 일부인데, 브라우닝이 영국의 거리를 지나다가 세상에 실질적인 영향력이 전혀 없는 아주 순진무구한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자기도 모르게 세상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내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2.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13-17)”부활에 대한 토론(18-27)”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둘째 단락입니다. 최근에 묵상식구 두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 분은 저를 오찬에 초대하셨고, 다른 한 분은 제가 오찬에 초대를 했습니다. 두 분 모두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로 제가 그토록 강조하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계시는분들입니다. 제가 늘 궁금하게 여겼던 질문을 꺼냈습니다. “형님이 애쓰시는 것만큼 성의를 다해 묵상자료를 읽지 않는 분도 많을 것이라는 대학 동기의 충고(?)가 저의 의욕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일단 1만 회를 끝내셔야 합니다. 저도 글을 써 봐서 한 편의 글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기에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목사님, 힘내십시오.”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의미 있는 삶을 무너지게 하는 것은 밖으로부터 오는 대단한 유혹 때문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내적인 침체와 나약함 때문임을 깨우친 날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두개파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유대인 종파 중에서 기득권을 가진 부유한 보수주의자들로써, 제사장들과 산헤드린의 의원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바리새파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가령 그들은 모세의 오경만을 성경으로 읽는 사람들로써 장로들이 전해 주는 전통에 대해서는 매우 소홀히 여기고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모세오경에 천사나 부활 등에 대한 자료가 미약하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사두개파 사람들이 주님께 질문한 것입니다. 그들이 들고 나온 것은 수혼법/嫂婚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형의 자식을 잇기 위해서 형수를 대물림하는 법입니다.

    어느 집에 일곱 형제가 있었는데, 맏형이 자식을 낳지 못하고 죽었을 경우를 가정/假定했습니다. 그럴 경우 수혼법에 의하면(38:8-11, 25:5-10), 맏형의 후손을 위해서 동생들이 아들을 낳을 때까지 차례로 형수와 관계를 해야 하는데, 훗날 죽어서 부활하게 된다면, 맏형의 형수는 누구의 아내가 되겠느냐는 물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두개파 사람들은 수혼법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18:16, 20:21), 부활이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그들이 성경도 제대로 모르고 하나님의 능력도 모른다고 운을 떼시고는, 사람이 부활한 다음에는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이 천사처럼 살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출 3:6절에 나오는 가시덤불 사건에서, 부활에 관한 기록이 나오는데, 바로 우리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며 야곱의 하나님이 되신다고 말입니다. 쉬운 말로 새로운 나라 천국에서는 인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따져보는 촌수 계산이 없다는 말입니다.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들이 부르는 찬송가에서 천국에서 누군가 기다릴 부모 형제자매는 의미 없는 1차원적 발상이라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하신 주님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라, 산자의 하나님이 되신다고 말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하나님은 영원히 생명의 하나님이 되시며, 영원히 부활의 하나님이 되신다는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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