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096(2020. 10. 20. 화요일).

시편 시 107:40-43.

찬송 47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믿음직한 자원봉사께>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가구며 이것저것을 사면서, 단 한 번도 누구의 소유 인지 정확하게 헤아려 본 적이 없었던 것 같군요. 그런데 당신이 처음 차를 사야겠다고 했을 때부터 어쩐지 그건 당신의 차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남자들에게 자동차는 여전히 최고의 장난감이자 로망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했던 것 같네요. 그런데 그런 제 선입견을 틀렸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아주 멋지게 지적해 줬고요. 오늘 당신의 이메일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당신을 택한 나의 높은 안목에 감탄하고 있답니다. 결혼 전 연애시절 꾸역꾸역 최소한 1시간 이상씩 걷고, 당일치기 등산에 버스 데이트까지. 그 건전 데이트 덕분에 난 다이어트 따윈 신경 쓸 필요조차 없었지요. 그러면서도 언제나 당당했던 당신이 난 참 좋았어요. 가족끼리 친구들끼리의 모임에서, 간혹 우리만 딸랑 차가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당신의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로 시작되는 당당한 대중교통 이용 론에 진심으로 동의했었고요. “저 포도는 신포도일거야.” 이런 식의 자유가 아니라, 당신의 강한 신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주 담백하게 따를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당신은 거기서 한 발 더 성큼 앞서 나가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선뜻 신념을 절반쯤 접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다니, 멋지군요. 신념이든 정의이든 어떤 의로운 것도 너무 지나치면 그 안에 스스로 갇혀,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답답해 보이기 쉬운데, 당신은 자유롭고 편해 보여서 보기 좋아요. 차가 있으면 물론 유용하게 잘 이용하겠지만, 난 차가 생겨서 좋다기 보다는, 그 차에 깃든 당신의 사랑 때문에, 오늘도 행복합니다<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1017일 방송> b.

 

2. “잡히신 예수(1-11)”을 읽었습니다. 경찰이 찾아와 가족 중 한 사람을 체포해서 갔다면 어떤 마음이 드시겠습니까? 그도 아니면 매일 아침마다 형사가 집으로 찾아와서 어딜 가고 누구를 만났는지를 묻고 가는 일상을 산다면 요. 유신시대에 흔하게 일어났던 지식인들의 수난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 주님께서 강도에게나 할 수 있는 무장한 군인들에게 잡혀가시는 장면을 전하고 있습니다. 가룟 사람 유다의 안내를 받은 무리들을 바라보신 주님은 때가 온 것을 아시고, “내가 너희가 찾는 예수라.”고 순순히 그들에게 붙들리신 것입니다. 참 허망한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 공동체는 무력(武力) 앞에서는 예나 제나 무력(無力)한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베드로만이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빼들어 대제사장의 종을 쳐 그의 오른쪽 귀를 잘라버린 것입니다. 그 종의 이름은 말코스(Μαλχος)였습니다.

   우리는 힘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힘이 있어야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고, 힘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힘을 기르거나 확보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교육 좋은 직장이 이런 힘을 제공한다 생각합니다. 교사나 의사 그리고 율사나 재벌가, 군인이나 경찰 정치가가 되는 것 역시 힘을 확보한 사람들의 직업군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힘들은 비교적 객관성을 갖는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는 힘들입니다. 오늘 우리 주님은 이런 힘들과는 전혀 다른 힘을 가르치셨습니다. 그것은 정신적인 힘 혹은 영적인 힘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가난한 마음, 연민하는 마음, 부드러운 마음, 의에 주린 마음, 깨끗한 마음을 가지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힘과는 멀어도 한참 거리감이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니 이런 힘들은 주관적인 힘일 뿐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세상에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힘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의 백부님이 기독교인이 되기 전에 입에 달고 사셨던 말씀, “예수가 밥 먹여 주느냐?” 이 한마디면 끝장나는 무기력한 힘이었습니다. 그러니 주님은 그래서 체포되신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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