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9(2001.1.5, 금요일)
찬송 : 375장.
성경말씀 : 벧전 4:7-11.
제목 : 선한 청지기가 되라.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2. 어제 새해 첫 자원봉사자 모임에 따라 나섰습니다. 고맙게도 젊은이들이 많이 동참해 주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자기밖에 모른다고 하는 젊은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늙은이를 섬기는 일에 함께 했으니 고마울 수 밖에요. 저는 요사이 논어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논어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칩니다. 그것도 확트인 사람이 되기를 요구합니다. 논어는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막힌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사랑함과(仁) 올바름(義)을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인의(仁義)가 절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녀노소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지만, 인의를 가지고 살아갈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훨씬 더 살아 볼만한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우리는 기독인으로써 이런 인간관계에 대해서 소홀히 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나님만 잘 섬기면 그만이라는 정신(?)이 너무 강한 때문인지, 부모를 섬기는 일에서도, 약한 이웃을 돌보는 일에서도 부족을 넘어 무관심할 때가 많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중심주제로 삼고 우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3.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선한 청지기의 상(像)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청지기 정신에 관해서는 성경 여러 곳에서 분명하게 제시되었습니다. 그는 주인이 아니라는 것과, 주인의 뜻을 좇아 충성스럽게 맡은 일을 하는 정체성과(마21:33-41), 그들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뒤따른다는 말씀(마25:14-30)이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들 인간은 하나님의 세계에서 하나님의 일을 맡은 청지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동시에 그 하나의 목적은 하나님의 거룩한 뜻과 영광을 위해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나 흥미 있는 일입니까? 다르게 살면서 같은 목적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공통 요소들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기도에 힘쓰는 생활(7절)이 있어야 하고, 서로 열심히 사랑해야 하며(8절), 서로 원망 없이 섬겨야 하며(9절), 자신이 받은 재능으로 서로 도와야 합니다(10절).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 그 중심(中心)에는 항상 하나님이 계셔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11절). 7절과 11절을 제외하면 공자나 맹자와 같은 인간관계를 강조하였던 이들의 가르침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우리는 사람의 의지나 지혜로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도 발전시킬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들은 언제나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죄악입니다. 이런 죄악과 맞붙어 싸워서 이겨낸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고 고백하는 것이 우리 기독인 입니다. 해 아래 의인은 없나니 한 사람도 없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는, 하나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믿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청지기로써의 삶의 주제는 뚜렷해졌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 가운데서 힘써야 할 과제들이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하기 위해서 먼저 보이는 형제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마5:23-24)는 것입니다.
4. 우리의 삶은 막연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허망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 나라의 자랑스러운 청지기들입니다. 맡은 임무는 달라도 그 목적은 동일한 하나님의 청지기들입니다. 우리들의 삶이 복된 것이냐, 부끄러운 것이냐는 맡은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였느냐의 여부로 판가름 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높은 지위를 누렸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선한 청지기로 살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는 당연히 “슬피 울며 이를 갈게 될 날”이 올 것이고, 아무리 낮고 천한 자리에서 살았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선한 청지기로써 살았다고 한다면,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 날이 올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 자신이 맡은 임무를 하나님의 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는데서 불거져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토기장이 비유에서(롬9:21) 잘 나타나 있는 대로, 하나님의 뜻대로 우리의 삶은 이미 역할이 분담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저는 어제 치매병원으로 잠시 이주해 간 거동을 못하는 할머니들을 방문했습니다. 거기에서 치매로 고생하고 계시는 권사님 한 분을 만났는데,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원망으로 가득차 있는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이런 몹쓸 병을 주셨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대로 자신은 하나님을 잘 섬기며 살아왔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분을 삭일 수가 없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저는 욥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슨 까닭으로 이런 수치와 고통을 허락하시는 것일까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쉬운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삶에는 헛된 삶이 없는 것처럼 고통 역시 헛된 것을 주시지 않으시다 는 점 말입니다. 반드시 그 고통과 시련 속에도 하나님의 깊고 오묘하신 뜻이 계시다고 말입니다. 만날 때마다 빨리 데려가게 해달라고 기도를 부탁하시는 집사님도 계십니다. 그 때마다 저는 나무랍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이지요. 그 분에게는 말도 안돼는 얘기처럼 들리는 모양입니다. 우리의 생명이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는 때문이라고 말이지요. 이런 비참한 곳에서 할 일이 무엇이 있으며, 그것도 이런 추하고 연약한 몸으로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합니다. 그 때마다 반복합니다만, 여기에서도 복음을 증거하고, 그것을 몸으로 실천하라고 말입니다. 여전히 청지기로써 임무가 남아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청지기가 건강하고 당당한 모습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실제 우리의 모습에서 살핀다면 전혀 아닙니다. 이런 부끄러운 모습으로써도 하나님의 청지기가 될 수 있고, 되어야 하느냐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만족할만하게 설명할 수는 없어도, 어떤 처지 어떤 형편에서도 우리는 하나님의 선한 청지기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5. 오늘은 날씨가 가장 추울 것이라고 걱정스럽게 예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추운 날씨가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거나 대충 해치우려는 그런 소극적인 삶의 자세를 문제 삼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일은 오늘 하십시오. 내일은 내일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너무 잘하려고 망설이다가 못 다하였다고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언제나 족하게 생각하십시오. 오늘도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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