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기를 쓸 때마다 미세먼지에 대한 예보를 확인하곤 합니다. 

이제는 마실 물에 이어서 숨 쉬는 것조차도 어려워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정수기를 들여놓은지도 몇년이 되지 않았는데, 

공기청정기도 들여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인류가 하나님 앞에 너무 체면없이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동안 물이나 공기는 하나님께서 무한정으로 주시는 최고의 선물이었음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공짜로 주신 선물이어서 귀한 줄 모르다가, 이제야 무엇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 말입니다.

해도 해도 너무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A 집사님 !

오늘은 대기업인 대한항공 삼남매에 대한 이야기로 종편방송이 시끌벅적합니다.

땅콩 회항사건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이번에는 그 동생되는 분이 회의 중에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서 물컵을 던지고 물을 뿌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귀족 삼남매의 갑질이 까발려지고 있습니다. 

스무 살도 더 많은 어른에게 반말이나 폭행까지도 일삼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적인 자리에서도 누군가 말대꾸를 하면 "감히?"라는 말투를 서슴치 않았다고 합니다.

언니인 조현아씨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가족사가 하나 둘 들어나고 있는데, 

유일한 아들 조현태씨는 뺑소니 운전에다가, 70대 할머니에게 폭언 폭행을 했던 전력이 드러났습니다.

삼남매는 현재 대항항공의 대표이사, 전무, 상무 등 주요 보직을 가진 분들이라고 합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삼남매의 학력을 보면 국내와 해외에서 유수한 대학을 졸업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최고의 지위를 누리는 분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무지하고 무례한 막 돼 먹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짓을 하는 것일까요?

이른바 우리 사회가 눈쌀 찌프리는 이른 바 갑질의 주인공들이 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 생각은 이 분들이 아직은 사람이 되지 않은 때문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사람이 되지 않았으니까 짐승이나 하는 짓을 하고 있는게 아니냐고 말입니다. 

사람에게는 인성 혹은 인품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인성이 무엇이며, 인품이란 무엇일까요?

최근 신갈에서 오리역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 일어난 일화에서 인성 혹은 인품이 무엇인지 전하려 합니다.

한 할아버지가 두 손 가득 뭔가를 들고 버스에 탔는데 차비를 내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운전기사가 곱게 대할리 없었겠지요. 말투며 손짓이며 험하게 내리라고 야단을 했습니다. 

버스는 멈춰섰고, 할아버지는 한번만 태워달라고 애원을 했고, 운전기사는 막무가내입니다.

그 때 한 초등학생이 운전기사에게 다가가 

"아저씨! 할아버지잖아요? 앞으로 불쌍한 분이 타시면 열번 공짜로 태워주세요!" 하면서 

만원짜리를 버스요금통에 넣는것입니다. 

어린 초등학생은 인성을 갖춘 인품이 형성된 사람이었습니다. 

장유유서를 꺼내려는 말이 아닙니다. 

약한 사람을 강한 사람이 도와야 하는 것, 

빈부귀천을 가리지 말고 누구든 존중해야 한다는 것, 

사람 사이에 말할 때는 따뜻하고 부드럽게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을 배우지 못했거나 잊어버린 것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더욱 제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바로 그 운전기사분도 힘들게 살아가는 분 중의 한 분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분이 같은 처지의 가난한 할아버지를 더욱 아프게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배운 사람이 못 배운 사람을 갑질하는 것도 비난받을 일이지만, 

같이 못 배운 사람들 끼리 서로를 헐뜯는다고 하면 어디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 사회는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배웠거나, 부자가 됐거나, 권력을 잡기만 하면, 더 우량 인종이 되는 줄 착각하는 현상말입니다.

목사들 중에도, 교수들 중에도, 사회 지도층에도 이런 현상은 비일비재합니다.

물론 지위가 높아지거나 물질이 많아지면 해야 할 역할이 많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인성이나 인품은 제자리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위나 조건이 달라질 때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학력이 높아지면 질수록 배우지 못한 이들을 도울 일들이 늘어날 뿐이고,

가지면 가질수록 가난한 이들을 섬길 일들이 늘어날 뿐입니다.

그래서 고래로 벼슬이나 물질을 피하려던 위인들이 많았습니다. 

자신의 인성이나 인품이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 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A 집사님 !

제가 집사님을 그리워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집사님은 가식적인 언행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평생을 사셨습니다. 

집사님의 글이 많은 어린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해서 상을 받으실 때 입니다.

시상식 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문지기가 붙들고 들여보내주질 않았던 것입니다.

오늘 상을 받는 주인공이라고 당당하게 밝히셨으면 될 터인데,

그냥 들어가고 싶다고, 들여보내달라고만 말씀하셨으니 문지기가 거지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집사님은 저 시골동네 안동군 일직면의 작은 교회 종지기로 살고 계셨으니 말입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반듯한 옷 한벌 사시고 싶지 않으셨으니 거지꼴이셨지요.

시간이 되어서도 집사님이 보이지 않자, 

진행자가 밖으로 나와서 문제를 알게 된 것입니다. 

요즘같은 시절엔 쉽지 않은 일이라서 그렇습니다. 


우리가 갖추어야 할 인성이 무엇인지, 우리가 갈고 닦을 인품이 무엇인지, 

집사님은 지금 우리에게 조용히 말씀하고 계신다 생각합니다.

1978년 <뿌리 깊은 나무>에서 집사님을 읽고 편지를 드렸던 때가 그립습니다.

어쩌면 오리역 버스 사건의 그 초등학생이 집사님의 동화책을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느낌 그대로 생각 그대로 글을 써야 한다고 가르치시던 집사님이 옳았습니다.

마음과 생각을 꾸미지 말라하신 그 말씀이 인성을 키우고 인품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 집사님이 더욱 그립습니다. 

그러나 지금 집사님은 우리 곁을 떠나 너무도 멀리 계십니다. 


주님의 평화가 집사님과 함께 하시리라 믿습니다. 


2018년 4월 13일. 응봉동에서 박성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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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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