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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3.02 제정신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 고전 7:17-24.

묵상자료 8325(2024. 3. 2. 토요일).

시편 시 49:13-15.

찬송 49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예술은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흔히들 말을 합니다. 당시 사랑받았던 예술작품 안에는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나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지요. 조금 바꾸어 말하면 시대의 조류를 반영하지 못하면, 도태된 존재라고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작곡가 임 긍수는 우리 가곡이 사랑받기 위해서, 오랜 가곡의 형태를 계속 답습만 해서는 안 된다 말을 했습니다. 지금의 음악적 주류와 현대인들의 취향에 맞는 모습을 우리 가곡도 갖추어야한다. 그의 말처럼 임 긍수의 작품들은 가곡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지닌 곡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의 음악이 지닌 장점과 대중의 취향을 반영한 감각적인 작품들이지요.

    “앞강의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거나/ 짐 실은 배가 저 만큼 새벽안개 헤쳐 왔네/ 연분홍 꽃다발 한 아름 안고서/ 물 건너 우련한 빛을 강마을에 내린다/ 앞강의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거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안개 헤쳐 왔네/ 오늘도 강물처럼 뗏목처럼 흐를거나/ 새소리 바람소리 물 흐르듯 나부끼네/ 내 마음 어둔 곳에 나의 몸 풀어놓아/ 화사한 그리움 말없이 흐르는구나/ 오늘도 강물 따라 땟물처럼 흐를거나/ 새소리 바람소리 물 흐르듯 나부끼네

    작곡가 임 긍수는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교사로 재직을 했습니다. 첫 가곡인 <그대 창밖에서>를 시작으로, KBS 신작가곡 위촉으로 완성된 이곡 <강건너 봄이 오듯>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서, 우리 가곡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요.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선율과 현대적인 음악 어법으로 한국 가곡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현대적인 작곡가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오페라와 성가 곡들도 활발히 작곡하면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가곡 작곡가로 활동해 오고 있지요. 송 길자 시 임 긍수 곡 <강 건너 봄이 오듯>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932일 방송>

 

2. “부르심을 받았을 때의 처지대로(17-24)”을 읽었습니다. 어느 날 옛날 사진첩을 들추다 초등학교 동창이던 동네 친구와 찍은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그 사진은 친구가 쪼그린 채 앉아있고 저는 친구의 어깨를 한 손으로 누른 채 허리를 굽히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진에 새겨진 글씨가 영원한 우정이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고향을 지키는 동생이 그 친구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만나보고 싶어 하시더라는 말을 전해 주었습니다. 외지로 고등학교를 다니겠다고 고향을 떠난 지 40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친구가 산다는 지방으로 갈 기회가 생겨서 만났는데, 점심을 먹는 30분간을 제외하고는 마치 처음 만난 외국인을 대하듯 할 말이 없어서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40년의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던 것입니다. ‘영원한 우정이라는 말은 40년을 견딜 수도 가당치도 진실하지도 않은 말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본문을 읽으면서 적어도 50년은 변함이 없는 같은 시대 같은 공간을 함께 살아가던 시절에나 가능했을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개천에서 용이날 수도, 혁명이 일어날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남자로, 머슴의 아들로 태어났으면 머슴의 아들로, 노비의 딸로 태어났으면 노비의 딸로 불만 없이 살아가라는 말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부르심을 받은 대로라는 말은 주님의 백성으로 불리기 전의 신분 상태 곧, 할례자는 할례자로, 무할례자는 무할례자로, 노예면 노예로, 자유인이면 자유인으로 그것을 운명처럼 껴안고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사도는 1세기 사회 구조를 뒤바꾸거나 흔들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은 한없이 자유로운 존재였습니다. 5장을 보면 바울 사도는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 숭고함에 대해서 너무도 분명하게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인간을 죄와 죽음의 노예에서 해방시키시기 위해서 십자가에 죽으셨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죄의 종이 되지 말라고 강권하십니다. 그러나 동시에 참 자유는 스스로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총으로 누구나, 남자든 여자든, 자유인이든 노예든 예외 없이 다 자유인이 된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을 정죄할 사람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한 가지 자유를 행사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서 사랑으로 종노릇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도는 사랑의 종노릇을 하기 위해서라면, 남자든 여자든, 자유인이든 노예든, 금수저로 태어났든 흙수저로 태어났든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 날 아침에 세상이 전혀 다른 세상으로 바뀔 수는 없습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로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로울러코스터를 타야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어디를 통과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도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지금 어디에 있든, 제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한다는 암시입니다.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십시오.”라는 권고가 바로 똑바른 정신을 갖고 사는 삶입니다.

 

3. 사공명옥 교장님이 빨리 정신을 차리고 묵상을 배달하라 명하셨습니다. 의욕을 상실한 초라한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220일부터 31일까지의 궐호/厥號 분은 3월 중에 채워드리겠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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