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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3.16 번민하는 사랑의 과정을 거치기를. / 고전 13:4-13. 1

묵상자료 8339(2024. 3. 16. 토요일).

시편 시 51:14-16.

찬송 37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떤 말은 소리 내어 말하는 순간, 더 마음을 허망하게 합니다. 마음 안에 담겨 있을 때는, 명백한 진실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터무니없는 거짓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그 마음이 언어가 돼서 입을 통해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 말은 그 자체로 진짜가 되어 버립니다. 마음은 더 이상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되지요. 그 후에 남은 것은 하나뿐입니다. 현실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거겠지요. 그것이 비록 스스로가 원했던 현실은 아니라고 해도 말입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크게 소리 띄워 강변으로 보내면/ 사랑한다 사랑한다/ 혼자 메아리로 돌아오는 이 말/ 나로부터 떠난 수도 없는 너를/ 정처 없이 찾아 나서면/ 눈앞을 가리는 안개 비/ 너의 따스한 이별/ 사랑한다 사랑한다/ 크게 소리 띄워 강변으로 보내면/ 사랑한다 사랑한다/ 혼자 메아리로 돌아오는 이 말

    마음을 다해 강변에서 힘껏 외친 고백은, 혼자 메아리로 되돌아옵니다. 서로의 마음이 닿지 못하는 순간의 허망한 마음을 시인은 글로 옮겨 놓았지요. 작곡가는 글이 지닌 쓸쓸한 심상을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듯, 조금은 따뜻한 곡으로 옮겨냈습니다. 1987년 대학 가곡 제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작곡가로써 가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만, 작곡가 김 희정의 가곡 작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소월의 시에 작곡을 한 <가는 길>과 노 유섭 시인의 글에 곡을 붙인 <사랑꽃 바다>가 비교적 친숙하지요. 박 희영 시 김 희정 곡 <너의 이별>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9317일 방송>

 

2. “사랑(4-13)”을 읽었습니다. 1970년대 말에 부산 YWCA <규수학당>의 강사가 되었습니다. 제게 맡겨진 강의 주제는 기독교의 사랑이었습니다. 저는 십자가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달콤한 사랑에 취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랑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의의 구도를 설정했습니다. 데이트를 시작했을 때는 좋은 점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나, 어느 정도 상대를 이해할 즈음에는 단점도 눈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다가 결혼식을 치르고 나면 상대방에게서 좋은 점보다는 단점들 보고 싶지 않은 점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성급한 사람들은 별거를 하거나 심할 경우에는 이혼까지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커플들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때부터 사랑의 아픔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나름 해답을 제시합니다. 우리들 인간이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면, 그 사람의 한쪽만이 아니라 다른 한쪽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자랑하고 싶은 앞면만이 아니라 감추고 싶은 뒷면도 함께 사랑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요구하시는 올바른 사랑이라고 말입니다. 장점만이 아니라 단점도 사랑하고, 보여주고 싶은 점만이 아니라 감추고 싶은 점까지도 사랑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아픔을 동반한다고 말입니다.

    이때의 <규수학당>의 경험을 토대로 저의 결혼식 주례사는 진정한 사랑은 아픔이 있어야 한다.”는 주제로 담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고린도 전서 13장의 주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고 말입니다. 사랑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려는 사람은, 아니면 진정한 사랑을 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적어도 6가지의 긍정적인 행동과 9가지의 소극적인 행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앞면에 나타난 6가지 모습과(친절함, 진리를 기뻐함, 덮어 줌, 믿고, 바라고, 견딤), 뒷면에 나타난 9가지 모습을(오래 참고, 시기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무례하지 않고, 사욕을 품지 않고, 성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고,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이 모든 것들을 다 함께 감싸 안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사랑하고 싶지 않은 점을 사랑하려니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내 것으로 삼아야 하니까 고민이 생기고 걱정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결혼을 하기 전에 사랑의 약점을 발견하고 이를 잘 감싸 안을 수 있는지를 충분히 고민한 후에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사랑은 아름답고 황홀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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