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절 아침에 나눌 인사말입니다. 우리 주님의 부활 사건은 인류의 역사와 미래를 새롭게 만드는 최대의 사건이 되었습니다. 부활절 아침은 죽음에서 생명으로, 절망에서 소망으로 우리의 눈을 돌리게 만든 은총의 소식을 전합니다.
망자를 위해 향유를 든 여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유대인의 관습은 죽어 무덤에 있는 망자에게 향유를 붓도록 하고 있습니다.
절망을 껴안고 있는 인간의 현실을 바라보게 하는 장면입니다. 썩어가는 시체의 부패를 막아보겠다는 안간힘을 보기 때문입니다. 절망들 한 복판에서 살고 있는 인간을 바라봅니다. 가난과 질병, 부조리와 부정, 약자와 강자, 인종과 문화의 차별, 이념의 대립, 남과 북, 동과 서로 찢기고 할퀸 절망의 메뉴들이 둘러싸인 그 한복판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들 모습 말입니다. 세 여인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그들과 함께 우리들의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썩어가는 시체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딱한 모습이며, 무덤 문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돌덩이를 누가 치워줄까 하는 한심한 걱정에 사로잡힌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오직 썩을 양식을 위해서 전력투구하는 가엾음이 그 세 여인과 우리들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길을 줄지어 가는 모습들이 보이십니까? 세 여인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둘러 걷는 모습 말입니다. 그들에게는 절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입술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눈은 아래로 무겁게 깔려 있습니다. 부활절 아침의 첫 장면은 절망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생명으로 바꾼 하나님의 승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무덤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거기 누워 있어야 할 망자는 세마포 한 자락을 남겼을 뿐, 텅 빈 무덤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신 천사가 앉아 있었습니다. 뜻밖의 장면이었습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여인들과 함께 우리들 역시 기대된 것이 빗나갈 때, 그것이 좋은 쪽이든 그른 쪽이든, 낭패를 느끼게 마련입니다. 슬픔은 슬픔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있는 그대로를 껴안고 울고 웃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길들여 온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런 무력한 죽음 한 복판에 하나님께서 오셨습니다. 악취를 풍기는 무덤을 향유로 막아보려는 우리들에게 하나님께서 오신 것입니다. 헛되고 헛된 수고를 멈추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 오신 것입니다.“사망아 너의 이기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우리에게 이김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고전 15:55-57). 부활절 아침에 우리는 모든 절망의 어두움을 몰아내시는 생명의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만나야 하겠습니다.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시고,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만나야 하겠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우리 인생에게 포악자로 군림해 온 마귀의 군졸들이 십자가의 사랑으로 도망가는 기적을 만나야 하겠습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바로 그 자리에 다시 사신 주님께서 서 계셨습니다.
새로운 삶을 향해 살겠다는 자세를 만나야 하겠습니다.
세 여인을 포함해서 우리들 인류에게서 찾게 되는 가장 큰 불행은, 가난과 질병이 아닙니다. 부조리와 불의도 아니고, 슬픔과 죽음도 아닙니다. 참으로 인생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주님의 말씀을 의지하지 않는 불신앙입니다. 제자들과 함께 우리들은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마실까를 생각하며 한숨을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활절 아침에 우리는 다시금“전에 너희에게 말씀하신대로”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게 됩니다. 우리들이 회복할 신앙이란 주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말씀들을 의지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 말씀에 의지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함께 하셨습니다. 빈 그물이 찢어지도록 가득 채워졌고(눅 5:5), 말씀에만 의지했던 백부장에게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났습니다(마 8장). 우리들이 힘써 살아야 할 새로운 삶이란, 주님의 말씀에만 의지해서 살겠다는 조용한 첫걸음으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님 안에 머물겠다는 삶의 자세로 충분합니다. 그는 자신의 말과 행실이 주 안에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항상 살펴볼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께서 자신을 위해 세우신 꿈과 이상을 바라보며 묵상하는 사람입니다. 부활절 아침은 동터오는 새로운 삶을 바라보게 하는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우리는 부활절 아침에 절망하는 우리 모습을 다시 바라봅니다. 그러나 동시에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만납니다. 그리고 주 안에 허락한 새 삶을 내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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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20일 박성완 목사님의 주일예배 설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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