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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4.25 새 증거판은 일방적인 약속이 아니었다. / 출 34:1-17.

묵상자료 8379(2024. 4. 25. 목요일).

시편 시 60:5-8.

찬송 49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여든을 목전에 두고서야 조금씩 철이 드나 보다. 요즘은 소설보다는 산문과 시에 더 눈길이 간다. 소설보다는 너무도 사람 냄새가 나는 때문이다. 박완서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거나, 공지영의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를 읽은 후에는, 앞으로는 산문을 읽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권정생의 [우리들의 하느님]을 다시 꺼내 읽었다.

    “<중략> 7시 반쯤 목욕탕에 갔더니, 모녀 세 사람의 여자 거지가 와 있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살갗이 검고 어깨까지 늘어뜨린 머리칼은 엉클어지고 까실까실 했습니다. <중략> 그 때 한 아주머니가 탕에서 나와 야아, 이것 봐, 구질구질하게 시리, 밖에 나가 입어!’ 하고 밀어내듯 닦달을 했습니다. 그러자 중 3학년쯤 되어 보이는 언니가 아니에요. 이는 없어요하고 말했습니다. 이가 옮을까봐 나가라고 하는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중략> 나는 내가 가난한 때문인지, 이런 사람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옵니다. <중략>. (1955. 4.23).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누나인가 하고 뛰어나가 보았다. 낯선 남매거지가 깡통을 들고 받을 얻으러 왔어요. ‘밥 좀 주이소.’ 하는 소리가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중략>. 두 남매는 눈이 둥그런 채 나를 한번 보고, 밥그릇을 한번보고 했습니다. 이게 웬일인가 싶었던 모양이지요. ‘퍼뜩 먹어라. 배 안고프나.’ 하니 두 남매는 숟가락을 들었습니다. 정말 맛있게 밥을 먹었어요. 나와 순나는 우두커니 서서 밥 먹는 남매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불쌍한, 이것들이 옛날의 우리였습니다. 정말 불쌍하게 보였습니다. 아버지만 술을 잡숫지 않고 부지런히 상/일을 하신다면, 이놈들 둘쯤은 같이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두 남매를 보내며 나는 다음에 또 오라고 당부했습니다. 대문간에 한참 동안 서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가는 두 남매를 지켜보았습니다. (1965. 10),

    이 두 개의 일기 중 앞의 것은 일본에서 사는 동포 소녀 스에꼬의 것이고, 뒤의 것은 윤복이의 일기다. 두 어린이는 한 10년 사이를 두고 태어나 똑같이 열 살 때부터 일기를 썼다.”     권정생, [우리들의 하느님], 녹색평론사, pp.110-112.

 

2. “모세가 새 증거판을 받으러 시내산에 오르다(1-4)”야훼께서 이스라엘과 다시 계약을 맺으시다(5-17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첫째 단락입니다.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 언약의 말씀을 새긴 증거판을 받으러 시내산을 오른 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내려오지 않자, 백성들이 동요하였고, 마침내 모세가 의지하던 하나님을 대신해서 금송아지 상을 만들어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하였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도 없는 허술한 믿음이었습니다. 시내산에서 두 개의 증거판을 들고 내려온 모세는 해괴하게 벌어진 아론과 백성들의 행동과 믿음에 화가 나서 두 증거판을 금송아지에게 내리쳐 금송아지와 함께 증거판도 깨트려지고 말았습니다(31:18-32:24). 그래서 다시 새 증거판을 받기 위하여 두 개의 석판을 준비해서 시내산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첫 증거판도 그리고 깨트려진 증거판을 대신할 두 번째 증거판도 하나님께서 기획하신 일이고 실행토록 추진하신 것입니다. 오랜 훗날 예레미야 선지자는 돌 판에 새긴 언약이 아니라, 마음에 새긴 새언약을 맺으신 하나님을 소개하였습니다(31:31-34).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모른다 핑계치 못하도록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약속이란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이 서로 합의가 될 때 맺게 됩니다. 그러므로 일방적인 약속이나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연히 질문하게 됩니다. 하나님과 모세 사이에 이루어진 언약은 쌍방적인가 아니면 일방적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우선 형식적으로는 하나님 주도형 언약임에 분명합니다. 구체적으로 십계명을 말씀하고 있는데, 십계명을 구성하는 열 가지 내용에 대해서 모세의 의견이 얼마나 보태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문구의 형식으로 보아, 하나님 편에서 준비하신 것임은 분명합니다. 모든 계약관계는 쌍방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입니다. 그러나 둘 중 누군가에 의해서 주도되기는 마련입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과정에서는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적인 것임을 알 수 있는데, 모세는 언약을 기록할 돌 판을 준비한 것입니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는 점입니다. 돌 판에 기록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내용을 알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모세는 자신이 준비한 돌 판에 하나님께서 친히 쓰신 계약서를 받아들고 감격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자신과 민족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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